저는 올해 24의 고시준비를 하는 고시생여자 입니다.
저에게는 3살 터울의 여동생과 7살 터울의 남동생이 있습니다.
임용고시 준비를 하느라 1년간 다른 지방에서 공부하다 엊그제 광주 집에 오니
집이 그야말로 쑥대밭이 되어 있었습니다.
제가 이렇게 상담을 하게 된 것은 고1 남동생 때문입니다.
남동생이 약 2달여전부터 말도 하지 않고 방안에만 틀여박혀있고 학교도 무단조퇴하
고 오기 시작했다는 겁니다.
이유인 즉슨, 전학을 보내달라는 거였습니다.
인문계 다니는데 학원을 다녀도 애들을 못 따라잡고 , 자신은 나름 공부했는데도 전교
꼴등수준을 못 면하니 많이 속이 상했나 봅니다.
사실 동생은 운동을 했었어야 하는 아이입니다.
초등학교 때 부터 축구를 잘해서 체육중학교에서도 몇 번 입학 권유가 있었지만,
집안 형편 상 보낼 수가 없어 일반 중학교에 진학했습니다.
동생은 아쉬움을 뒤로 하며 학교에 다니는 시간 외의 모든 시간은 오로지 축구만 하며
보냈습니다. 이렇게 축구에만 매진하다 보니 당연 학업과는 거리가 멀어지게 되었지
요. 기본학업능력이 부족하다보니 인문계 고등학교는 친구들이 다 가려고 해서 가고
싶은데, 못 따라 갈 것 같아 기계공고를 갈까 고민을 많이 하다가
결국은 인문계를 갔습니다.
근데 그게 화근이었습니다.
그 곳에서의 큰 경제적, 학업적 격차를 이기지 못한 거죠..
제가 곁에서 보기에는 누적된 학습 무력감과 열등감에 자아가 많이 손상된것 같았습니다.
말이라도 하면..좋을 텐데..
학교에 다녀오면 가족들을 보는 둥 마는 둥 씻지도 않고 밤
컴퓨터만 하다가 교복은 대충 벗어놓고 밥도 먹지 않은채 방안에서
DMB로 TV만 봅니다. 밥차려놔도 제사상 만들기 일쑤고 무슨 말만 하면 " 닥쳐,. 꺼져,
"라고 하던지 끝까지 침묵으로 일관합니다.
욱하는 성질이 있었어도 착한 남동생이었는데 늦둥이라서 예뻐했는데 이렇게 기대감
이 무너져 버리니 갈갈이 찢어지는 부모님 심정 헤아릴 수 조차 없습니다.
얼마 전에는 하도 안 먹고 밤늦게 밖을 돌아다닌 덕분에 많이 아팠습니다.
병원에 가니 신종플루 확진 판정을 받았습니다.
물론 지금은 나았지만, 확진 판정 이후 밥은 물런 이거니와 타미플루도 제대로
먹은 적 없습니다. 무단 조퇴의 횟수도 점점 늘어갔습니다.
어제 있었던 일입니다.
학교에서 무단 조퇴를 하고 컴퓨터를 하고 있길래 또 밥 안먹었나 싶어서
동생이 좋아하는 피자빵을 갖다주었습니다. 역시나 눈길 한번 안주더군요.
저는 동생이 또 감기에라도 걸릴까 봐 가서 씻으라고 몇 번이라 타박아닌 타박을 주었
습니다.
그런데 동생은 갑자기 사복으로 갈아입더니 밖으로 나가버렸습니다. 그 시각 6시 였습
니다.
6시에 나간 동생은 새벽 1시 반에 담배냄새를 풍기며 돌아왔습니다.
담배는 안 폈지만 PC방에 갔다 온 눈치였습니다.
평소에 늦둥이라 손 찌검 한번 없던 부모님도 평소처럼 "왜 연락이 안되느냐" 하셨지만
동생은 다시 방으로 들어갔습니다.
저는 오늘 아니면 안되겠다 싶어 방으로 가서 이야기를 시도했습니다.
저한테 "좆갖다. 니가 있어서 더 짜증난다. 꺼져버려라" 하더군요.
몇번의 신체적. 언어적 다툼 후 간신히 자리에 앉혀서 대화했습니다.
저의 일방적인 대화였습니다. 동생은 들은채 만채 눈물만 흘리며 저를 쏘아 보았습니다.
눈빛에 독기가 올라 무척 무서운 눈이었습니다.
저는 "네가 연락이 되지도 않아 잘못되는 줄 알고 못 자고 있었다. 전학 보내준다는데
이렇게 말안하고 하는 이유가 뭐냐" 수십번 수백번 울면서 물었습니다.
30분만에 입을 연 동생은 "집이 너무 가난하다. 엄마아빠가 나한테 해준게 뭐 있냐. 집
이 거지같다.학교 싫다. 자퇴하고 싶다. 다들 좆같고 짜증난다."라고 하였습니다.
집이 가난해서 싫다는 말에 저는 하염없이 눈물이 흘렀습니다.
그렇게.. 대화를 마치고 다음날 동생은 학교를 갔습니다.
비록무단조퇴는 하더라도 등교는 일찍 하던 동생이 오늘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겨우 일으켜서 학교를 보내 놓으니 학교에서는 되려 "왜 OO이 등교 안 시켰냐" 합니다
오늘이 시험 날 인데 학교에 오지 않았다는 겁니다. 몇 시간 째 전화를 해봐도 받지
않습니다.
부모님은 가난한 자신들을 탓하시며 아무 말 못하고 속앓하시고 철없는 여동생은
나 몰라라 하면 자기 살기 바쁩니다.
아직 무직에 임용만 바라보고 살았던 저도 어떻게 도와드릴 수 없어 마음이
너무 아픕니다.
그러나 제 아픔보다 동생이 그 동안 얼마나 상처받았을 지 생각하면 마음이 더 아픕니
다. 저러다 잘못될까 봐 겁이 납니다.
동생은 날이갈수록 살이 빠져 갑니다.
약도 안먹고 먹지도 제대로 자지도 못하고 골방
에 틀여 박혀 지내는 동생을 볼수록 속이 탑니다.
맘 같아서는 상담센터에 데려가 보고 싶지만, 그랬다간 아마 제 뺨을 동생이 때릴껍니
다.
상관하지 말라고.. 네가 뭔데 남의 인생에 끼어드냐고..
어떻게 해야 하나요.. 전화로 상담을 받아보면 좀 나아질까요..
누군가 동생의 마음속 말을 끄집어 내 함께 해결해 나갈수만 있다면 좋겠습니다.
지금 어딘가에 헤매고 있을 동생이 빨리 집으로 돌아오길 기대하며..
글을 마칩니다..